기사제목 변호사시험 화장실 금지는 인권침해...생리적 욕구 억제는 가혹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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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사시험 화장실 금지는 인권침해...생리적 욕구 억제는 가혹해

인권위, 화장실 이용 등 국가자격시험 운영 방법 개선 권고
기사입력 2019.11.27 1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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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사시험 등 자격시험 중 화장실 이용 제한이 완화돼 응시자들의 불편이 개선될 전망이다. 국가 자격시험 중 특정 시험에서 화장실 이용이 제한되고 있어 이는 생리적 욕구를 제한하는 인권침해라는 인권위 판단이 나온 까닭이다.

 

국가인권위원회(위원장 최영애)는 27일 "제18차 전원위원회에서 변호사시험과 국가기술자격시험 중 응시자들의 화장실 이용을 제한하는 시험 운영 방법과 관련한 진정 사건에 대해 각각 일반적 행동자유권,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 및 인격권 침해로 판단했다"고 밝혔다.

 

이어 "시험 운영기관인 법무부 장관과 관계기관에 시험 운영 방법 개선 권고를 의결했다"고 전했다.

 

인권위에 따르면 각각의 진정 사건에서 진정인들은 변호사 시험, 전기기능장 필답형 실기시험 등 자격시험에서 시험 중 화장실을 이용하지 못하도록 하는 시험 운영방식은 인권침해라며 진정을 제기했다.

 

반면, 법무부는 변호사시험 중 화장실 이용 제한은 부정행위 방지, 시험의 공정성, 일반 응시자들이 방해받지 않고 시험에 응시할 수 있는 환경조성을 위한 것이며, 화장실을 가는 경우 다시 입실할 수는 없지만, 퇴실 시까지 작성된 답안지는 정상적으로 채점되고, 임산부 등 불가피한 경우 따로 고사장을 마련하여 화장실 이용을 제한하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자격시험을 주관하는 기관은 일반인의 배뇨 간격, 다른 기관에서 주관하는 자격시험의 시험 중 화장실 이용 제한 현황 등을 참고하여 화장실 내에서의 부정행위 가능성 방지, 응시자가 소음으로부터 방해받지 않도록 정숙한 시험장 분위기 조성 등의 차원에서 시험 중에 화장실 이용을 제한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변호사시험의 경우 민사법 사례형과 기록형 시간에만 화장실 이용 가능

 

변호사시험은 4일간(1일 휴식) 총 10과목이 진행되고, 시험 시간은 1시간 10분 ~ 3시간 30분이다. 수험생은 각 과목 시험 시작 35분 전까지 시험실에 입실해야 하고, 매 시험 시작 20분부터는 이동이 금지된다.

 

시험 시간 중에는 화장실을 이용하지 못하는 것이 원칙이며, 시험 시간이 2시간을 초과하는 민사법 기록형(3시간), 사례형(3시간 30분) 시험의 경우에만 시험 시작 후 2시간이 지나면 화장실 이용이 가능하다.

 

변호사시험을 준비 중인 한 수험생은 "작년에 변호사시험을 처음 응시했다. 공법과 형사법의 경우에는 사례형과 기록형의 경우 중간에 화장실을 다녀올 수 없기 때문에 점심을 제대로 먹지도 못했다"면서 "심지어 생리현상 때문에 불안해 물을 마시지 않는다는 친구들의 얘기도 들었다"며 불편을 호소했다.

 

이어 "감독관 동행하에 민사법의 일부 시험 시간에는 화장실에 다녀올 수 있지 않나, 본인이 시험 시간을 포기하는 불이익을 감수하고 화장실을 다녀오겠다는데 일률적으로 이용을 제한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생각한다"며 "관련 규정이나 시험 감독 방법 등의 개선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배뇨 관련 장애 진단서 제출하면 예외 인정?

 

국가기술자격시험 종목은 494개이고, 시험 시간이 2시간 이내인 시험 종목은 시험 도중 화장실 이용을 원칙적으로 제한되며 예외적으로 과민성대장증후군 등 배뇨 관련 장애가 있는 응시자는 사전에 진단서를 제출하면 시험 도중 화장실 이용 후 다시 입실하여 시험을 계속 볼 수 있다.

 

과민성 대장 증후군 등은 일명 현대인의 질병이라고 불릴 만큼 공부하는 수험생, 직장인들이 감기처럼 흔히 겪는 질병이다. 심각한 질병이 아니더라도 이런 관련 진단서만 사전에 제출하면 시험 도중 화장실 이용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에 대한 질문에 국가자격시험을 2년째 준비 중이라는 20대 수험생은 "수험생 중에 과민성 대장 증후군이나 소화불량 등 자잘한 배뇨 관련 질환을 안 겪는 응시자들이 얼마나 되겠나, 감기나 두통과 같은 빈번한 질환으로 진단서를 제출하라는 것도 황당하다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생리적 욕구 제한은 인권 침해...특정 시험에서만 이용 제한은 더욱 큰 문제

 

인권위에 따르면 지난 2015년, 2016년에 국가기술자격시험과 공무원 선발시험에서의 화장실 이용 제한 문제에 대해 인권침해로 판단하고 인권위는 각 시험 주관기관에 화장실 이용을 허용하는 방안을 시행하도록 권고했다.

 

이에 인사혁신처 등은 권고를 받아들여 2017년도부터 일부 지방공무원 선발시험, 7급 국가공무원 공채 시험, 5급‧7급 민간경력자 일괄채용 시험 등에서 화장실 이용을 허용하는 것으로 시험 운영 방법을 변경했다.

 

또한 대학수학능력시험, 공인회계사 1차 시험, 토익시험 등 다양한 시험에서 응시생들의 화장실 이용 제한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인권위는 "시험 중 수험생의 화장실 이용을 허용할 경우 부정행위나 다른 수험생들의 집중력 보호와 관련한 문제를 원천적으로 막을 수는 없는 것은 사실이지만, 불가피하게 화장실을 이용해야 하는 생리적 욕구는 인간의 기본적인 욕구이기 때문에 헌법상 보호 가치가 더 크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그리고 "대개의 시험은 그 종류를 떠나 누구에게나 신중하고 절실하다는 점에서 공통적이므로, 현저히 곤란한 사정이 있지 않은 이상 특정 시험에서만 화장실 이용을 제한하는 문제는 다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며 "누구나 그 대상자가 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수험생들이 선호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화장실 이용을 제한하는 시험 방법이 정당화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고 지적했다.

 

특히, "변호사시험의 경우 시험의 경쟁 정도와 난이도를 고려할 때 화장실을 이용하기 위해 해당 과목을 포기해야 하는 것은 사실상 시험 전체를 포기하는 선택과 다를 바 없어 응시자에게 지나치게 가혹하다는 점도 고려했다"고 덧붙였다.

 

법조계 한 관계자는 "변호사시험은 공법, 형사법, 민사법이라는 큰 과목의 선택형과 사례형 기록형을 짧게는 하루, 길게는 겨우 이틀 만에 시험지 안에 쏟아내야 하는 시험이다"며 "응시자에게 생리현상을 억누르는 제한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큰 부담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관련 법령과 제도가 하루빨리 정비되어, 다른 장애물 없이 응시자들이 오랜 시간 노력하고 준비했던 결실을 오롯이 맺었으면 하는 바람이다"고 말했다.

 

[리걸라인=윤소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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