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제목 '한일 위안부 합의' 헌법소원, 헌재 각하 결정의 의미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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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 위안부 합의' 헌법소원, 헌재 각하 결정의 의미는?

기사입력 2020.01.03 1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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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재판소.jpg

 

헌재는 지난 27일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 29명 등이 2015년 합의가 위헌이라며 낸 헌법소원 사건에서, 각하 결정을 내렸다. 즉 헌법재판소의 심판 대상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헌재는 "해당 합의는 피해자들의 의견을 수렴하지도 않았고, 합의 이후 일본 정부가 책임을 회피하는 발언을 하는 등 문제를 안고 있다"고 지적하면서도, "법적 구속력이 있는 조약이 아니라 정치적 합의에 불과하기 때문에, 피해자들의 권리를 침해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재판관 전원일치, "한일 위안부 합의는 헌법소원 대상 아냐"
 
헌재는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대한민국 외교부 장관과 일본 외무대신이 2015년 12월 28일 공동발표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 관련 합의는 조약이 아닌 비구속적 합의라는 이유로 헌법소원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한일 위안부 합의'는 국내 법률과 동일한 효력을 지니는 국제법상 조약과 달리 '정치적 합의'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비구속적 합의는 국민의 법적 지위에 영향을 미치지 않아 헌법소원 심판청구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
 
이어 문제가 된 합의에 대해 △서면으로 이뤄지지 않은 점 △통상적으로 조약에 사용되는 형식을 사용하지 않은 점 △헌법이 규정한 조약 체결 절차를 지키지 않은 점 △합의 효력에 관해 양 당사자의 의사표시가 없었던 점 △내용이 구체적이거나 국민의 법적 권리·의무를 새롭게 만들고 있지 않은 점 등을 지적했다.
 
그러면서 위 합의는 헌재가 위헌 여부를 판단할 대상인 법률 등이 아니고 예외적으로 위헌 여부를 판단할 만큼 국민들에게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다고도 했다.
 
이는 과거 5.18 판례 등에서 국가적으로 중대한 헌법적 의미를 지니는 사건의 경우 헌재가 그 위헌 여부를 예외적으로 판단한 사례가 있기 때문에 언급한 것으로 해석된다.
 
헌재는 "조약과 비구속적 합의를 구분하는 데 합의의 명칭, 합의가 서면으로 이뤄졌는지, 국내법상 요구되는 절차를 거쳤는지 여부 등의 형식적 측면 외에도 합의 과정과 내용, 표현에 비추어 법적 구속력을 부여하려는 당사자의 의도가 인정되는지, 법적 효과를 부여할 수 있는 구체적 권리·의무를 창설하는지 여부 등 실체적 측면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헌법재판소법에 따르면 헌법소원의 대상은 법 제68조에 따라 '공권력의 행사 또는 불행사'에 해당해야 한다. 쉽게 말하면 '법적 구속력'이 인정돼야 한다. 헌재는 '한일 위안부 합의'를 법적 구속력 없는 정치적 행위로 해석한 것이다.
 
본안 심사에 나아가 당사자의 기본권을 침해했는지, 합의의 내용이 얼마나 위헌적인지 살펴보기도 전에 위 헌법소원은 이미 그 대상 요건에서 탈락한 셈이다. 이에 따라 헌재는 헌법소원에 '각하' 결정을 했다.
 
'정치적 합의' 판단에 긍정적 의견도...정부의 외교적 권한 재확인한 것
 
헌재의 "심판 대상 합의는 외교적 협의 과정에서의 정치적 합의"이며, "국민에게 미치는 영향이 적다"는 판단은 위안부 합의가 실제로 그 의미가 크지 않고 피해자에 대한 법적 영향이 없다는 것을 방증해주는 것이라는 긍정적인 의견도 나왔다.
 
또한 헌재가 "해당 합의로 위안부 피해자들의 권리가 처분됐다거나 대한민국 정부의 외교적 보호 권한이 소멸했다고 볼 수 없는 이상 청구인들의 법적 지위가 영향을 받는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한 것은 정부가 피해자들의 권리 보호에 힘써야 한다는 것을 강조한 것이라는 해석도 나왔다.
 
같은 맥락으로 피해자 측을 대리한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은 헌재의 각하 결정 이후 "한국 정부는 정부의 외교적 보호 권한이 소멸하지 않았다고 명확하게 판단한 헌재의 결정을 존중해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이 명예를 회복할 수 있도록 재협상 요구 등 적극적인 조처를 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어 "일본 정부도 2015년 한일합의가 법적 구속력 없는 정치적 합의에 불과한 것임이 확인된 만큼 위안부 피해자들의 인권과 명예를 훼손하는 일체의 행위를 중단하고 당장 범죄사실 인정, 공식 사죄와 배상 등 법적 책임을 이행하는 데 모든 노력을 다해야 한다"고 날 선 목소리를 냈다.
 
위안부 합의 4년여 만의 헌재 결정... 너무 늦었다는 의견도
 
한일 위안부 합의 자체가 법적 구속력 없는 정치적 합의에 불과하고, 우리 정부의 외교적 보호 권한이 존재함을 확인했다는 긍정적 의견에도 불구하고 4년여가 지나 내려진 헌재 결정이 너무 늦은 것이 아니냐는 비판도 나왔다.
 
앞서 박근혜 정부는 2015년 12월 28일 일본 정부와 위안부 문제를 합의하며 ‘최종적이고 불가역적’이라는 입장을 확인했다. 당시 한일 양 정부는 위안부 피해자 문제에 대한 일본 정부의 책임을 인정하고 한국 정부가 설립하는 위안부 피해자 지원재단에 일본 정부가 10억 엔(약 100억 원)을 출연하는 내용의 합의를 했다.
 
이번 헌재의 결정은 한일 위안부 합의가 이뤄진 지 4년, 헌법소원을 제기한 지 3년 9개월 만에 내려졌다. 위안부 피해자들의 나이 등을 고려해 더 빠른 결정을 내렸어야 했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헌재의 심리 중 청구인의 사망으로 절차가 종결된 경우도 발생했다.
 
또한 헌재가 위안부라는 역사적 중대한 이슈를 앞에 두고 판단을 회피한 것이 아니냐는 비난도 일었다. 한일 양국 간의 외교적 충돌을 피할 수 없는 사안인 만큼 국제적 이목이 쏠렸으나, 결국 본안 심리에 나아가 위헌 여부를 판단하지 않고 헌재는 2019년 마지막 선고를 '각하'로 결정했다.
 
[리걸라인=윤소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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