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제목 부산판 살인의 추억 '엄궁동 살인 사건' 재심...30년 恨 풀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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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판 살인의 추억 '엄궁동 살인 사건' 재심...30년 恨 풀리나

기사입력 2020.01.07 1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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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SBS 그것이 알고 싶다'의 '엄궁동 2인조 사건'편에 출연한 문재인 당시 변호사 ㅣ SBS 캡쳐

 

경찰의 고문에 못 이겨 허위로 자백해 21년간 억울한 옥살이를  한 '엄궁동 2인조 살인사건'의 피해 당사자 2명에 대한 재심이 결정됐다.
 
'부산 낙동강 변 살인사건'이라고도 불리는 이 사건은 지난 1990년 발생한 이후 30년 만에 다시 법원의 판단을 받게 되면서 당시 경찰의 가혹행위와 고문 등이 진실로 밝혀질지 이목이 쏠리고 있다.
 
■ 30년 만에 재심이 결정된 이유는?
 
부산고법 형사1부(김문관 부장판사)는 "6일  최인철(57)씨와 장동익(60) 씨가 재심을 청구한 강도살인죄 사건에 대해 재심을 개시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재심 청구인들은 원심에서 대법에서 형이 확정되기까지 수사관의 가혹행위가 있었다고 주장해 왔다"면서 "형집행기간과 출소 이후 당심에 이르기까지 30여 년 동안 일관되게 동일한 주장을 해오고 있다"고 했다.
 
이어 "두 사람의 주장은 고문 장소와 방법 등이 구체적이고, 당시 상황을 상상할 수 있을 정도로 생생하고, 당시 경찰서에 수감돼 있던 동료 수감자들도 수십 년이 지났지만 최근 법무부 산하 검찰 과거사위원회 진상 조사에서 두 사람의 고문 사실을 증언하고 있다"면서 청구인들의 진술에 신빙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반면 "당시 사건 수사관들은 진술을 번복하거나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만 하는 등 여러 문제점이 있었다"면서 "또 증언에 나선 한 수사관은 두 사람의 범행을 확신한다면서도 객관적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받았을 것으로 예상했다고 증언하는 등 비상식적인 발언을 하기도 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재심 청구인들은 30여 년 동안 무죄를 주장해 왔으나 그에 대한 사법부의 응답이 늦었다"며 "사법부의 일원으로 재심 청구인들과 그 가족들에게 사과의 말을 전한다"고 했다.
 
재판부는 △재심 청구인들의 30여 년에 이르는 오랜 기간의 일관된 주장과 그 주장의 신빙성 △당시 사건 기록과 여러 증언을 통해 드러난 경찰의 가혹행위 정황과 불법 연행 및 감금 △ 당시 수사관들의 증언에서 나타난 문제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재심을 결정했다.
 
■ 살인의 추억 닮은 꼴, 1990년 엄궁동 낙동강 변에선 무슨 일이 있었나?
 
일명 '엄궁동 2인조 살인사건'의 범인으로 검거돼 21년간 복역한 최 씨와 장 씨는 당시 경찰의 가혹행위와 고문으로 허위자백을 했다며 무죄를 주장했다. 이는 '살인의 추억'의 모티브가 된 화성연쇄살인의 8차 사건과 닮아있다.

1990년 1월 4일 부산 사상구 엄궁동 낙동강 변에서 31세 여성이 숨진 채 발견됐다. 목격자는 범인이 2명이며 1명은 키가 크고 1명은 키가 작았다고 증언했다.
 
현장에는 범인에 대한 어떠한 단서나 증거도 없었으나 경찰은 당시 인근에서 잇따라 발생한 여러 사건으로 악명 높던 '엄궁동 2인조'의 추가범행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판단했다.
 
사건이 발생한 지 1년 10개월이 지난 1991년 11월 갑자기 2명의 용의자가 검거됐다.
 
부산 사하경찰서는 사하구 하단동 을숙도 유원지 공터에서 무면허 운전 교습 중 경찰을 사칭한 사람으로부터 금전을 갈취당했다는 신고를 받고 최 씨를 검거했다. 이어 최 씨의 자백으로 장 씨도 구속했다.
 
경찰은 이들을 '엄궁동 2인조'라고 확신했다. 키가 큰 최 씨가 각목으로 피해자를 때리고 키가 작은 장 씨가 돌로 여인을 내리찍어 죽였다는 내용이다. 두 사람의 살인 자백을 받고 경찰은 사건을 부산지검으로 송치했다.
 
최 씨 등은 경찰의 고문에 의한 허위자백이라고 주장했으나 두 사람은 검찰에 기소됐고 이어 무기징역이 확정됐다. 결국 두 사람은 21년 이상 복역하다 2013년에야 모범수로 특별 감형을 받아 석방됐다.
 
줄곧 억울함을 호소하던 두 사람은 2017년 5월 재심을 청구했다.
 
■ '변호사 문재인'의 恨으로 남은 사건...두 사람의 무죄 확신
 
이 사건은 특히 문재인 대통령이 변호사 시절 항소심과 대법원 상고를 맡았던 것으로 알려져 주목을 받았다.
문 대통령은 대선 전인 2016년, 이 사건을 다룬 SBS의 시사프로그램에 출연해 "35년 동안 변호사를 하면서 가장 한이 남는 사건"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당시 이들의 무죄를 확신했다고 한다. 문 대통령은 "장 씨는 시력이 몹시 나쁘고 범행 장소는 완전 돌밭이었다. 달도 없는 캄캄한 밤에 시각장애인이 그런 범행을 했을 리 만무하다"고 했다.
 
최 씨와 장 씨는 재심 전문 박준영 변호사의 도움을 받아 2017년 5월 8일 재심을 청구했으나 현직 대통령이 과거 변호한 사건이라는 이유로 최종 결론이 보류되고 있었다. 이후 최 씨 등은 지난해 1월 재심청구서를 제출하고 부산고법은 6차례에 걸쳐 재심 개시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 심문을 진행했다.
 
한편 검찰 과거사위원회도 2018년 7월 조사대상으로 이 사건을 선정하고, 대검 진상조사단이 조사 결과 2019년 4월 경찰 고문에 의한 허위자백과 이를 검증하지 않은 검찰의 부실 수사 가능성이 높다고 발표했다.
 
최 씨 등의 변호를 맡은 박준영 변호사는 "재판부가 재심 개시 결정과 함께 재심 청구인에 대한 사과, 이번 사건의 의미, 수사기록의 보존방식의 문제점 등을 언급하고 그 개선책에 대해서도 말씀해 주신 것에 대해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박 변호사는 해당 사건의 경위와 관련해서 과거 문 대통령의 의견과 같이 "피해자와 격투를 벌였다는 장 씨는 시신경위축증이 있는 1급 시각장애인”이라며 "앞이 잘 보이지 않아 초등학교 5학년 때 학교를 그만둘 정도였고, 군 징병검사에서도 면제 판정을 받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장 씨가 가로등도 없어 캄캄한 갈대밭 물속에서 격투를 벌이고, 도망가는 사람을 붙잡아 끌고 나오는 것이 과연 가능했겠느냐는 것이다"고 지적했다.
 
재판부의 재심 결정 후 최 씨는 "저를 고문한 경찰관에게 절대 용서란 없다"며 "같은 하늘 아래 고문 경찰관들과 함께 사는 게 부끄럽다"고 말했다.
 
장 씨는 "어머님께서 진실을 밝히기 위해 뛰어다니셨는데, 어머님이 돌아가시고 나서야 재심이 결정됐다"며 "오늘 내리는 비가 어머님이 재판부의 판단을 알고 흘리시는 눈물인 것만 같다"고 답했다.
 
재심 개시가 결정됨에 따라 재판부는 이른 시일 내에 공판 준비기일을 열고 재심에 필요한 증거와 증인을 확정하는 등 신속히 재판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리걸라인=윤소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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